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남성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걷어찬 뒤 또다시 마구잡이로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타깝고 참담한 광경이다.

‘아내의 한국말이 서툴러서 폭행했다’는 남편의 변명에는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국제적 지위가 우월하다는 허위의식이 저변에 깔려 자행되는 반문명적 범죄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인데 그에 대한 준비는 거의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폭행으로 드러났다. 이미 우리나라는 자신이 태어나 생활하던 땅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동하는 이주 현상이 일상적인 것이 된 나라이다. 국제결혼을 해서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것도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한 국제결혼은 2만 2700건이다. 이는  전체 혼인의 8.8%에 이른다. 국제결혼 10건 중 7건이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73.2%)이고 그중 베트남 여성(38.2%)이 가장 많다. 다문화가구는 31만 8917가구(2017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6만 명(2018년 말 기준)이나 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민과 난민에 관한 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권 의식이나 수준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 난민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 배척이 오히려 깊어가고 있다.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국가인권위가 지난 2017년 7월부터 8월까지 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3%(387명)가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한국말이 어눌하다고 사업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여전히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더 이상 이들에게 한국 사회의 성차별, 인종차별의 굴레를 씌우고 억압해서는 안 된다. 결혼 이주여성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필요로 이주한 소중한 사람들이다. 정부 관계 당국과 교회를 비롯한 사회시민단체들은 이들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이 원활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완하고 강화해야 할 정책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선결돼야 할 과제는 이들 이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이주민들은 단순히 주의하고 관찰해야 할 관리 대상이거나, 시혜적인 차원에서 배려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정당한 일원이고, 이미 이주민들은 이 사회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발전을 위해서 함께 협력해야 할 이웃이다.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기독교인이 모든 이주민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환대해야 한다. 예수께서 나그네와 이방인을 포용하고 사랑하셨듯이 ‘환대와 포용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 복음화 일선에 있는 각 교회들이 이러한 이주민 환대, 연대 문화의 선봉에 서야한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이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수님 가르침을 따라 타국 땅에서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주민, 난민들의 ‘벗’, ‘동반자’가 되어주자. 그것이 바로 오늘날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들의 또다른 소명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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