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하순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며 정시비중 확대 등 교육 개혁을 강조한 이후 이 문제가 다시 교육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되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며 “공정한 교육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교육 개혁 과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방향을 수정한 대입 정시비중 확대가 모든 대학에 일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자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3일 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정시비중 상향 제도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서울 일부 대학을 못 박아서 언급한 것”이라며 “모든 대학에 적용된다는 것은 오해”라고 일단 정리했다. 이 문제는 교육부에서 정시비중을 발표할 이달 하순 다시 심각한 논쟁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은 크게 엇갈린다. 일선 고교에서 진학지도를 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정시확대를 반대하는 여론이 60%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시확대를 찬성하는 여론은 지난달 28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63%의 찬성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조사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의 일반적인 여론이 수시 위주의 입시제도가 균형을 잃고 있어 개편돼야 한다고 보는데 비해 진학지도 교사들은 수시 위주의 입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수시비중을 늘린 입시를 경험한 20대에서는 수시 위주의 학종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60%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수시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당국자들이나 교사들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지난 10년간 수시비율이 77%(정시 23%)까지 늘어났지만 학종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공정성에 있어서는 수능에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소재 6개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학종 안내서인 ‘학생부 종합전형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자를 만들었을 정도로 학생부 종합전형은 선발방법이 복잡다양하다. 그래서 재력과 정보력이 있는 부모는 학종 관리를 위해 고액의 컨설팅업체까지 동원하는 등 공정의 가치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정시 확대를 철회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전형자료인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부터 시작해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획기적인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재력과 정보력이 있는 부모의 자녀들이 우수한 대학진학에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우리사회의 풍조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은 학생이 어느 대학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삶이 상당부분 결정된다고 보고 있고, 사실상 우리 사회가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다. 이런 틀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고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육에 대한 과욕과 성적 지상주의의 맹신은 열기를 넘어 국민 각자의 등에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부과한 형국이다. 이 엄청난 부하는 우리교육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출산률 저하의 배경에 자녀 교육문제를 두렵게 여기는 젊은 부모들의 중압감이 깔려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방치한 채로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상화될 길이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제도의 개혁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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