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The Lord of Flies)은 198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소설기 월리엄 골딩이 쓴 소설이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이 집단을 이루면서 드러나는 선과 악, 문명과 야만을 풍자한 알레고리 소설인데 파리대왕의 원래의 의미는 신약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바알세불’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실제로 성경 구약의 출애굽기에는 파리 떼의 재앙이 나온다. 이스라엘 사람 요셉이 이집트의 총리가 된 이후, 이집트로 이주해온 이스라엘 사람들의 자손이 급속히 늘어나자, 이집트왕은 그들을 노역자 부대로 편성하고 벽돌과 회반죽을 만드는 일과 힘든 밭일 등, 온갖 고된 노동으로 이스라엘 자손을 괴롭혔다.

하나님은 그들의 고통과 탄원하는 소리를 들으셨고 그들의 조상에게 약속하신 땅으로 인도할 계획을 갖고 그들을 이끌 지도자로 모세를 세우신다.

이에 모세는 이집트 왕 바로에게 가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드리는 제사를 원하시기에 광야로 사흘 길을 가서 예배하고 그 이후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를 것이다”라고 선포하자 바로는 거절을 하게 되고 그 이후 이집트 땅에는 10가지 재앙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그 네 번째가 바로 ‘파리 떼의 재앙’이다.

무수한 파리 떼를 하나님께서 풀어놓으시자 왕의 궁전과 관리들의 집과 이집트 온 땅에 파리 떼가 날아 들어, 그 땅이 폐허가 되었으나, 이스라엘 백성이 살고 있는 고센지역은 파리 떼가 한 마리도 없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인간들과 오랜 세월동안 함께한 것 중 귀찮고 혐오스러운 곤충이 있는데 바로 파리다. 도대체 하나님은 왜 파리 떼로 재앙을 내리셨을까?

우리의 삶속에서 파리와 그의 유충인 구더기에 관한 표현을 빌린다면 대체로 부정적이다.

흔히 장사가 안 된다는 상황을 ‘파리 날린다’고 하며, 음식을 빨리 먹는다는 표현으로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이 있고, 방해가 있더라도 마땅히 할 일은 해야한다라는 뜻으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라는 표현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거름을 얻기 위한 뒷간이 많았기 때문에 파리가 극성이라 장터 국밥을 먹을 때 밥을 한 수저 뜰라치면 파리 떼가 달려들어 마치 까만 콩밥처럼 보였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유충인 구더기는 거머리와 함께 의학적인 용도로 가치가 있고, 법의학에서는 사체에 대한 정보를 밝혀내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특히 범죄 생물학에서 파리는 대단히 귀하신 몸이다.

이들이 사체에 달려드는 이유는 알을 낳고 유충을 키울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검정파리 암컷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갓 죽은 사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빠른 속도로 달려든다. 별다른 상처가 없다면 코나 입, 귀 혹은 눈과 같이 열린 곳에 알을 낳지만, 눈이 감겨 있으면 바로 눈꺼풀 사이를 정확히 조준한다.

구더기는 몸을 비빌 때는 열기가 생겨 구더기가 모인 곳은 바깥보다 온도가 더 올라간다. 그러므로 법의학에서는 사체의 사망경과 시간을 추정할 때, 피부에 나타난 사반과 사체의 체온 그리고 그곳에 있는 구더기의 크기를 계산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집트에 재앙을 내리실 때 그 많은 곤충 중에서 왜 파리 떼를 선택하셨을까?
‘바알세불’은 악한 영 ‘사탄’을 의미한다. 소설 ‘파리대왕’에서 사탄의 편에 선 ‘잭’과 그를 따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돼지머리에 까맣게 달라붙어 있는 파리 떼 같이 보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순수한 청소년들조차도 집단이 악한 영에 사로 잡혀있을 때에는 철저히 악한 일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잭이 민주주의와 문명을 상징하는 '피기'를 죽이고, 소라를 깨뜨렸을 때 평화로운 무인도는 집단을 이룬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반문명과 반이성과 반민주주의 황무지로 변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사탄에 사로잡혀 악을 행하고 있는 줄 모르는 이집트 왕 바로에게, 네 번째 재앙으로 가장 혐오스러운 파리 떼를 보내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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