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매년 교수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2019년에는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11월 25일부터 12월 9일까지 ‘올해의 사자성어’를 놓고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7명(33%)이 이 단어를 선택했다고 한다.

‘공명조’(共命鳥)는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라고 한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를 질투한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가 결국 한 몸을 이룬 두 머리가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이는 ‘나와 너’, ‘이쪽과 저쪽’ 중 어느 하나가 없어지면 다른 하나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함께 망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 남성과 여성, 청년 세대와 장년·노년 세대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광화문’과 ‘서초동 또는 여의도’ 측도 대립하면서 이 추운 겨울까지 광장에서 다른 쪽을 향해 비수를 날리고 있다. 저들을 무너뜨리면 우리가 승리할 것 같지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할 같은 국민이다.

비단 우리나라 안에서의 대립뿐 아니라,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지구촌의 이웃이요 하나님의 형상 된 사람들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다. 이 대립과 갈등의 세상에, 아기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기 예수님의 오심에 새겨진 깊고 넓은 사랑을 기억하며, 그 사랑과 은혜를 이웃에게 마땅히 나눠야 할 것이다.

성탄의 계절은 전통적으로 ‘나눔’이 활발하다. 미처 돌보지 못한 주변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때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성탄절을 맞아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서인지 섬김과 나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교회들도 생기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교회의 대사회적 섬김이 소홀해지거나 그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의 예산이 비록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예수를 몰라 방황하는 이웃들과 물질이 부족해 이 겨울이 더욱 추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눠야 한다.

최근 인천에서 식료품을 훔치다 마트 직원에 적발된 부자(父子)의 사연만 봐도, 아직 도움이 필요한 곳은 많다. 이 아버지는 택시기사 일을 하다, 당뇨와 갑상선 등 지병이 악화돼 6개월간 일을 하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두 끼를 굶고 나서, 더 이상 참지 못해 마트를 찾아가 우유와 사과 등 식료품 1만 원어치를 훔치다 붙잡힌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연을 들은 마트 대표는 물론, 이 아버지를 붙잡은 경찰과 사연을 듣던 무명의 시민 등 각계에서 온정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교회 역시 이 ‘장발장’ 부자처럼, 정부나 NGO들이 제도적으로 미처 돌보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편의점보다 많다’는 비아냥을 듣는 한국교회이지만, 그만큼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길과 가능성도 많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성탄을 맞아,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아기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함께하시길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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