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세 가지 주머니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 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인생’이란 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인생살이 지침서 같다. 내가 어렸을 때 구슬과 딱지를 많이 모으는 것이 행복일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변형된’ 구슬과 딱지를 모으는데 온 마음과 정성을 다 하고 있다. 위 시에 등장하는 아이처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하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을 때가 언제 올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죽음으로 가는 여행길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으로 가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하루 즐겁게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자.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도 만날 것이다. 너무 덥다고 또 너무 춥다고 고통스러워 할 필요도 없다. 더우면 물놀이 하면서 즐기고, 추우면 스키 타며 즐기면 된다.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인생의 사막을 만나고, 넘기 힘든 큰 산을 만날 수도 있다. 그 때도 절망하지 마라.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고, 산을 넘다가 힘들면 다시 내려오면 온다.

이스라엘 최고의 강연가로 꼽히는 텔아비브대학 하임 샤피라(Haim Shapira) 교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면 주머니 세 개를 준비해야 하는데, 하나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담을 주머니’, 또 하나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내는 ‘재미 주머니’, 그리고 세 번째 주머니는 ‘비상금 주머니’라고 한다. 다만, 그는 비상금 주머니에는 돈을 준비하는 대신 좋은 친구를 준비하라고 한다. 나는 그 세 가지 주머니에 무엇을 담을까?

나의 꿈을 담을 주머니에는 ‘나주옥의 남편, 은혜와 은철이의 아버지, 양가의 아들, 이수성결교회 장로, 법무법인 서호 대표변호사의 자리를 지키는 것 그리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 담겨 있다. 나의 재미 주머니에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매년 책 1권씩 펴내기와 행복한 동행 강의하기, 60세 이전에 중국으로 유학가기와 같은 나만의 제3의 공간’이 담겨 있다.

나의 비상금 주머니에는 좋은 친구들인 ‘북성중 五星會, 반포중 부자유친 OB 모임, 윤철수 상무’가 담겨 있다. 다만, 2020년부터는 비상금 주머니에 진짜 돈도 많이 담고 싶다. 그래서 내 곁에 있는 이웃들에게 하나라도 더 베풀다가 하늘나라 가고 싶다.

오늘은 나의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여행하자. 오늘 누구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오늘 만나게 될 그 누구를 마음껏 축복해주자. 물 한 모금도 나눠 먹자. 여행은 그렇게 함께 해야 더 즐겁다. 우리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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