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비전 뚜렷한 소수정예’ 교육과 지원이 대안
재정과 복지, 교회도 변화 흐름에 맞추어야

“연봉 4,000만 원, 의료보험료와 교단 연금 지원, 28평 아파트 제공에도 지원자가 없습니다.”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한 사역자의 하소연이다. 부교역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에서의 사역자 품귀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 현장 목회자들의 목소리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부교역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매년 서울신학대학교 신대원생, 목신원, 지방신학교 등 200명이 넘는 사역자가 배출되고 있지만 목회 현장에서 사역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는 왜 나오는 것일까? 서울신대 신대원장 조기연 교수는 과거와는 달라진 신대원생들의 사고방식과 상황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최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사고방식이 과거 선배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라며 “헌신과 책임감 대신 내가 원하는 사역에 맞춰 사역지를 알아보고 사역비가 많은 곳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선배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면 지금의 신학생들은 ‘내가 원하는 사역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 목회자들은 “부교역자들에게 차량운행과 교육부서 사역 등을 맡기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며 “본인의 주력 사역도 좋지만 목회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한데 지금의 사역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에 재정도 부교역자들의 진로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신대 신대원 등록금은 한 학기에 357만 원으로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한 학기에 최소 1,000만 원 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결혼한 신학생의 경우에는 여기에 자녀 양육비까지 더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은 1인당 약 60만 원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재정은 본인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 결국 한 학기에 60만 원 가량을 장학금으로 지원받고 매월 교회에서 받는 70~80만 원의 사례비가 전부인 것이다. 특별 장학금이나 교회, 부모의 지원이 없는 경우에는 3년 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1인당 2,000만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졸업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은 돈을 받고 시간에 얽매이고 많은 책임을 갖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버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풍토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지방이나 작은 교회 전담전도사로 가는 것보다 박사과정을 밟거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교육전도사로만 남는 것이다. 신대원 때부터 교회사역보다 본인의 생활에 많은 시간을 들였던 습관이 졸업 후에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전담사역을 선택한 사역자들도 서울 중심의 대형교회에만 집중되고 있어 사역자 구인난은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목회자 구인난을 극복하고 신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신학대학원 재학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학대학원 입학 후 신학과 함께 현장 목회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또 신대원 교육에도 소수 정예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기연 교수는 “신대원 인원이 줄어들면 지금보다 목회자가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소수의 사람이라도 영성과 비전으로 무장된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 교단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며 “목회자의 소명이 확실한 학생들에게 집중해 그들이 우리교단의 목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목회자를 청빙하는 교회의 인식 변화도 요청된다. 사회는 최저임금 지급,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자의 처우와 복지에 대한 제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유독 교회만 온전한 시간과 헌신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 목회자는 “내 입맛에 맞는 교회, 서울 중심의 대형교회만을 고집하는 신학생들의 생각도 문제지만 적은 사례비를 지급하면서 무조건적인 헌신만을 요구하는 교회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며 “학교와 교회, 신학생들의 요구를 담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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