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원 목사
매년 수난주간을 지내며 교회에서는 여러 의미 있는 시간들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계획과 행사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성금요일 밤 집회라 할 것이다. 교회적으로 보통 그 전날인 목요일과 당일 새벽까지는 새벽예배에 집중하고, 본격적으로 금요일 밤에 모여 예수고난과 죽으심을 기리며 예배하고 기도한다. 그런데 복음서기록의 약 삼분의 일이 집중하고 있는 이런 의미 있는 절기를 지킴에 있어서 고난사건의 실제 시간표와는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사실 그런 어려움은 유대력과 우리 시대의 시간개념이 다름에 대부분 기인하고 있다.

유대력인가, 로마력인가?
널리 알려진 이해와 같이 성경의 대부분은 유대시간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유대력은 해가 지면서부터 하루가 시작되어 다음 해가 질 때까지가 하루다. 그래서 보통 성경의 6시를 우리 시각의 12시로 이해하면 된다

 문제는 현대인의 삶에서는 로마시간개념으로만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간적 이해에서 큰 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의 금요일은 실제적으로는 금요일 새벽부터 시작하지만 유대력의 금요일은 이미 그 전날 저녁부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금요일 밤에 성금요일행사로 모이지만, 유대력으로는 그때는 이미 해가져서 우리가 보통 기념하는 성금요일의 사건들은 다 지나갔고 안식일인 토요일로 한참 접어든 시간이 된다.

새벽 6시인가, 12시인가?
사복음서에서는 예수고난사건을 기술하면서 시간적 개념들을 여러 군데 명시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현대시간 목요일 저녁시간에 만찬을 시작하셨고(마 26:20; 막 14:17; 요 13:4), 밤에 기도하러 가셨다, 그리고 잡히셔서 심문 당하셨으며, 십자가에 달리신 시간은 유대력으로는 3시부터 9시까지이다(마 27:45; 막 15:33-34).

로마시간으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다. 그런데 요한복음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사건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시각을 명시하고 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마지막 언도받으시던 때가 “제 육시”였다는 것이다(요 19:14). 만약 그 시각을 유대력으로 이해한다면 낮 12시나 밤 12시이어야 하는데, 그런 이해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목요일 낮 12시나 밤 12시일 수 없고, 금요일 낮 12시는 십자가에 달려계신 시각이고, 무엇보다도 성경은 예수님께서 새벽에 빌라도에게 넘겨졌음을 확증한다(마 27:1; 막 15:1). 따라서 그 시각은 로마/현대시간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그러할 때의 유일한 이해는 금요일 오전 6시이며, 이는 복음서의 모든 기록에 정확히 부합한다. 예수님께서는 목요일 밤부터 새벽까지 심문을 받으시고 새벽 6시를 지나면서 최종 십자가형으로 언도된 것이다.

유월절의 전 날인가, 안식일 전 날인가?
예수님의 고난사건 정리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다루어야 할 중요한 이슈는 유대인의 유월절, 안식일, 주일 등과 관련한 부분이다.

지면의 한계 상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수난주간에 있어서, 현대시간으로 목요일 해 지면서부터 시작하여 금요일 해 지는 시각까지 이어지는 유대력 금요일은 유월절 첫날(마 26:17, 막 14:12)이면서 안식일을 준비하는 “준비일,” 안식일의 전날이었고(막 15:42; 눅 23:54; 요 19:14, 31, 42), 안식일 전에 유대인들에 의해 예수님의 시신은 내리워져(요 19:31) 무덤에 장사지낸바 되었으며, 저녁부터 시작한 하루의 안식일이 지난 후 다음날 새벽(개역개정번역 “안식 후 첫날 일찍이,” 헬라어 원문 “그 주간의 첫날 일찍이”)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것이다.

성금요일과 연계된 사건 요약정리
• 목요일 해질 때부터 금요일 해지기 전까지(유대력 금요일, 안식일 전날이며 유월절 첫날): 최후의 만찬과 세족식, 다랑방 강화 및 기도(요한복음으로는 13-17장), 겟세마네기도, 잡히심, 안나스 심문, 가야바 심문, 빌라도 심문, 헤롯 심문, 빌라도 최종심문, 새벽 6시경 십자가형 언도,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십자가 달리심, 내려지심.
•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지기 전까지(유대력 토요일, 큰 안식일): 육체는 무덤에 계시고 영은 음부에 계심.
• 토요일 해질 때부터 주일 해지기 전까지(유대력 일요일): 주일 새벽에 부활하심.

성금요일 예수고난의 행적을 시간대로 따라갈 때의 좀 더 중요한 시간은 실제적으로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오후까지이다. 이미 전날 밤 이루어진 겟세마네 기도를 금요일 밤에 그 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처럼 묵상하고 기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는 시간적 엇박자가 있다. 이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고려하면서, 더욱 현장감 있고 의미 있는 수난주간과 성금요일, 그리고 이어지는 생명의 부활주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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