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지도자를 상징하는 이 피의 깃발 앞에서 나는 조국의 구원자인 아돌프 히틀러에게 나의 모든 힘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그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치고자 하오니, 주여 저를 도와주소서.” 이것은 나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의 가입선서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횃불을 들고, 본훼퍼가 목숨을 던지며 나치와 맞섰던 땅에서 신앙을 이렇게 이용해도 무방할까.

▨… 1930년대 초 10만 명 정도였던 히틀러 유겐트 대원은 1935년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할 즈음에는 360만 명으로 급증하였다. 1936년 이후에는 모든 청소년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되었다. 이것은 독일부모들이 그 자녀 교육을 방기하므로써 빚어진 사태가 아니다. 나치가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교묘하게 국가의 권위에 덧칠하므로써 청소년들의 맹목적인 복종을 유도했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었다.

▨…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을 왜 해야 하는지, 이 전쟁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는지를 예측도 할 수 없었던 나이의 히틀러 유겐트 대원들이 전쟁터로 내몰렸고 그 중에 상당수가 총알받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소수의 악인들만이 유태인 학살 같은 악행을 저지른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마틴 니뮐러 목사는 유겐트 대원의 죽음을 보며 나치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음을,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표현에 담아 회개했다.

▨…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한 못된 실험을 했다. 권위자의 명령 앞에 선 인간의 행동에 관한 실험이었다. 실험결과 인간은 권위자의 명령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취약했다. 아무리 나쁘고 사악한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명령자가 ‘책임을 진다’고 못 박으면 복종할 가능성이 많음을 입증해냈다. 신천지교도들의 행태를 심리학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아이히만이 왜 아이히만이 될 수밖에 없는가를 밝혀낸 실험이었다.

▨… 5월 5일 어린이날. 교회에서 어린이들이 사라진지 언제인데 굳이 이런 질문을 제기해야 하는가하고 묻는 이가 있을까. 그러나 한국교회가 ‘교회 유겐트 대원’을 양성하려 했던 적은 없었는지, 교회교육이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볼모로 잡으려 하지는 않았는지, 오늘의 교회 상황에서라도 자문하지 않는다면 교회에서 청소년과 어린이의 모습을 다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너무 어두운 진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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