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라는 십자가와 성령의 역사

하도균 교수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고 복음의 핵심요소입니다. 십자가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죽음’, ‘내려놓음’, ‘자기 포기’, ‘헌신’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쫓는다’는 어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더 자세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죽음을 각오하며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이겠지요.

흔히 교회 안에 십자가가 사라져간다고 말을 하는데, 그 의미는 십자가가 걸려야 할 자리에 스크린이 대체하여 생겨난 말이 아니고, 종탑에 세워진 십자가 모양이 사라져 가는 것을 지적하는 말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을 내려놓고, 헌신하며 죽음을 각오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이 적어져 간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힘들게 경험하는 것 가운데 ‘광야’라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광야는 생존하기 어렵고 소외된 곳이며 고통스러운 곳이기에 ‘광야’라는 표현이 어울리기도 하고, 이해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왜 광야라는 십자가가 필요합니까? 구원받기 전,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기준과 가치대로 살아왔던 습관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지 않으면 조금만 어려워져도 예전의 삶의 방식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옛 삶의 방식들이 튀어나오면, 성령의 인도하심과 지배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세상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살게 되는 것이죠.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훈련시키실 때,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옛 생활방식 모두를 내려놓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의 십자가를 허락하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하나님이 원하실 때 기꺼이 헌신하고 기꺼이 일할 수 있도록 영적인 자세와 체질을 갖추도록 훈련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영적인 자세와 체질을 갖추지 못하면 어느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훈련 과정에는 언제나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광야라는 십자가를 경험하는 그리스도인들을 크게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는 광야를 지나며 하나님을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때로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며 나를 사랑하시는 것이 맞는지를 묻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지요. 그런데 또 한편에는, 광야의 중간에 서 있는데도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믿음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광야는 믿음의 학교라고도 불립니다. 조그마한 부분이더라도 주께서 일하시는 것을 붙잡고 의지하며 그분이 끝까지 일하실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를 광야에 내버려 두시려고 구원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비록 내가 부족하고 연약해도 나를 끝까지 이끌어 가실 것을 믿는 것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힘들고 어려운 장소가 광야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광야는 무조건 힘든 곳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통해 광야를 걷고 있는 우리를 인도하고 도우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눈을 떠서 성령의 음성을 듣고 성령과 동행하게 되면 광야는 축복의 길이 됩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광야를 걷는 당신을 보호하시면서 이끌어 가고 계십니다.

이렇게 믿음을 가지고 광야의 시간을 지내다 보면, 광야에서 심령이 가난해진 것이 복인 것을 느끼게 됩니다. 광야에서 많이 울었던 것도 복임을 알게 됩니다. 광야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온유해진 것이 복이고, 의에 주리고 목마른 것이 복임을 깨닫습니다. 아픔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을 긍휼히 여기게 된 것이 복인 것을 알게 됩니다. 비워질 대로 비워져서 청결해 진 것이 복이며, 광야에서 다듬어져서 화평케 하는 사람이 된 것도 복인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광야에서 핍박을 받은 것이 복인 것을 알게 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광야를 거치며, 예수님의 ‘팔복의 메시지’가 복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팔복의 메시지’는 광야의 한중간에 있었던 이스라엘을 위로하시는 말씀이셨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비록 지금 여러 가지 상황으로 광야와 같은 십자가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더라도, 이러한 상황이 우리 신앙생활의 끝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은 성령님을 통해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계심을 알아야 합니다. 바울 사도도 다음과 같이 우리를 격려합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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