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편협하고 옹졸한 신앙인이다.” 에릭 리들(Eric Liddle, 1902~1945)이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주일에는 뛸 수 없다는 이유로 100m예선을 기권하자 많은 영국인들은 리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리들은 주종목이 아닌 200m에서 동메달, 400m에서는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영국민들을 환호하게 했다. 리들은 올림픽의 명예와 환호를 뒤로하고 중국선교사를 자원, 일본군 치하의 웨이시엔 수용소에서 병들고 가난한 중국인들의 친구로 복음을 전하다 순교했다.

▨… “신앙에 어긋나게 주일대국을 했다면 오히려 지금 만큼의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결승 주장전(페어)이 주일로 결정되자 바둑기사 조혜연은 미리 밝힌대로 출전을 사양했다. 조혜연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정 종교의 교리에 너무 얽매여 있는 것 아니냐고… 그 비난은 조혜연의 신앙을 모르는 사람들의 투정이었다. 그녀는 주일대국에 출전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국가대표 선발을 수락했던 것이다.

▨… 신앙인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 수박겉핧기 식으로만 신앙의 세계를 접해본 사람들이 리들의, 조혜연의 성수주일의 의미를 가늠이라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시대가 변해서 생활신앙이 강조되고, 생활예배가 모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수주일은 기독교신앙의 요체라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는가.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히 10:25)을 꾸짖을 때 그 말씀이 성수주일을 전제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 신앙인들에게 주일은 주의 날(Lord's Day)이고 예배로 주의 부활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주의 부활을 지금, 여기서 체험하고 그 부활에 참예하는 날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인 교회공동체는 예배를 통해서만 하나님 앞으로 나아간다. 하나님을 만난다. 이 예배의 신비는 신앙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거룩한 만남이다. 이 거룩한 만남이 구원의 약속이기에 기독교신앙은 성수주일을 순교로 지켜왔다.

▨… 한국교회총연합이 5월 31일을 코로나사태로 중단된 현장예배를 재개하는 ‘예배회복의 날’로 선포하며 “흩어진 성도들의 신앙을 회복하고 교회 생태계를 위협하는 움직임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전달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예배회복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이 절실함이 코로나사태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처가 엄중해야 함을 일깨워 주리라. 예배회복의 날이 하나님과의 만남을 오히려 훼손하는 빌미는 제공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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