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문안하라

류정호 목사
사랑하는 성결가족 여러분, 114년차 대의원 여러분! 역대 총회장님, 부총회장님과 총회본부 직원 그리고 내외빈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부족하지만 113년차 총회장으로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1년 동안 주님께서는 저에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113년차 총회장이란 십자가를 지워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즐겁고 행복하게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쉬운 길 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름,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오늘날 순례자들이 많이 걷는 십자가의 길은, 13세기 십자군 전쟁 이후부터 행해지다가 1540년경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서 빌라도 총독 관저가 있던 아랍인 고등학교 마당인 안토니오 요새로부터 예수님 무덤 성당이 있는 골고다까지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채찍을 맞으며 가셨던 그 길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도 프란치스코 수도회 사제들이 주관하여 순례를 합니다.

마가복음 15:21절을 보면,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웠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레네 사람 시몬은 억수로 재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빌라도 법정에 모여 있던 그 많은 군중들을 놔두고, 또 골고다 언덕길 좌우에서 구경하고 있던 수많은 구경꾼들을 놔두고, 멀리 아프리카에서 올라와 바삐 자기 길을 가던 그가 붙잡힌 것입니다.

남의 짐도 아니고 매달아 죽이려는 사형집행 틀입니다. 그런데 어렵게 그가 십자가를 진 후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까지 어떤 기록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어떻게 도착했는지, 그리고 주님의 죽으심을 지켜봤는지에 대한 기록도 없습니다. 여기까지의 그는 재수가 없어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갔을 뿐 예수님과 전혀 무관한 사람으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침묵을 지키던 그의 가족이 로마서 16장에 등장합니다. 그 내용이 오늘 우리에게 주신 본문입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롬 16:13) 로마서는 바울의 3차 전도여행 말기인 AD.57년경에 고린도에서 쓴 것으로 이해합니다.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들을 돕기 위해 모은 성금을 전달하러 가기 전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롬 15:25-27, 고전 16:3-5, 고후 8장). 바울 사도는 그 편지 말미에 복음을 전하는 중 도움을 입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스무 명도 넘게 언급하면서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루포와 그의 어머니는 누구입니까?
루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향하시던 날,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졌던 구레네에서 온 시몬의 아들입니다. 그러니까 구레네 시몬의 아내를 바울은 평생 어머니처럼 섬겼던 것입니다. 왜 바울이 어머니처럼 섬긴 것일까요? 왜 시몬의 아내가 바울의 사역을 위해 어머니처럼 함께 한 것일까요? 억지로 십자가를 진 시몬의 아내였기 때문에 바울의 어머니가 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단 한번 억지로 십자가를 지면 믿음의 명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사도행전 13장 1절을 보면,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있으니 곧 바나바와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과 구레네 사람 루기오와 분봉 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과 및 사울이라”고 했습니다.

안디옥교회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방 땅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입니다. 그리고 안디옥 교회는 최초로 그리스도인이라 불렸던 교회입니다. 또한 안디옥 교회는 선교사를 파송한 최초의 교회입니다. 그리고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은 안디옥 교회의 리더였습니다. 헬라 문화에서 이름을 기록하는 순서는 직함 순이 아니라 영향력 순입니다. 그렇다면 바나바는 첫 번째 영향력을 끼친 사람입니다. 

다음으로 시므온은 라틴식 이름으로는 ‘검은색’을 의미하는 니게르인데, 세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 시므온은 검은 피부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둘째, 북아프리카 출신이었기에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셋째, 북 아프리카에서 왔고 피부가 검기 때문에 니게르라는 별명으로 불렀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안디옥 교회의 시므온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졌던 “구레네 시몬”이 아닌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사도행전 13장을 가지고 그 사람이 ‘맞다 틀리다’를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시몬의 가정이 믿음의 명가가 된 것을 로마서 16장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시몬의 가정이 믿음의 명가가 됐다는 증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마가복음 15장 21절에서 알 수 있습니다.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

시몬의 가정이 믿음의 명가가 됐다는 첫 번째 증거는, ‘이름 기록 순’입니다. 성서가 이름을 기록하는 순서는 직위가 아닌 영향력입니다. 시몬의 아들 알렉산더와 루포가 아니라, 알렉산더와 루포의 이름이 아버지 이름 앞에 나왔다는 것은 두 아들이 아버지보다 영향력이 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억지로 십자가를 진 후 그의 가정은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감당했을 것입니다. 두 아들의 이름을 먼저 기록한 것은 초대교회에서 두 아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시몬의 가정이 믿음의 명가가 됐다는 두번째 증거는, ‘나의 어머니’라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 로마서 16장 13절입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사도 바울이 루포의 어머니는 단순히 ‘귀한 분이다. 감사한 분이다’라고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는 ‘나의 어머니’라고 했습니다. 바울이 시몬의 아내를 소개할 때 선택한 어머니라는 이름은 얼마나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랑, 희생, 후원, 응원, 전부를 담아냅니다. 성결교회는 6.25때 가장 많은 순교자를 냈습니다. 문준경 전도사님은 순교의 어머니입니다. 우리 교단은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교단입니다. 오늘 총회장 사역을 감당하기까지 모든 교회가 힘이 되었습니다. 3000여 성결교회에 문안합니다.

가정에도 교회에도 어머니가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이름이 고결한 이유는 희생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 복음을 전하고 교단 부흥을 위해서는 원하는 일만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원하지 않는 일도 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8장 3절에서 “내가 증언하노니 그들이 힘대로 할 뿐 아니라 힘에 지나도록 자원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힘에 지나도록’은 내 능력 밖입니다. 헌신은 힘이 듭니다. 하지만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 지는 일을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는 마음으로 한 번 진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마가복음에서 로마서까지, 골고다 언덕에서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한 고린도까지, 시간적으로 보면 적어도 24년이 경과 되었습니다. 오늘 로마서에서 나의 어머니라고 기록된 것은 24년간을 한결같이 주님의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왔기에 해석이 가능합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3000여개 교회가 그리고 각 평신도 기관과 단체가 또한 총회본부 직원들이 1년간 십자가 지고 교회를 섬기는 일로 다 된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재림하실 때까지 더 충성스럽게 이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기억하실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우리에게도 문안하고, 우리를 세우며 우리에게 누군가가 문안하라고 당부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113년차 총회장이라 부르지 않고 ‘코로나 총회장’이라 부릅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교회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200개 교회에 100만 원씩 후원한다고 할 때 많은 분이 말리셨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억지로라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힘에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성결교회는 한 마디로 사랑이었습니다. 국내선교위원회, 신촌교회, 세한교회, 강서교회 등이 성결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이 외에도 이름을 다 언급할 수 없는 다수의 교회가 헌신하셨습니다. 사례비의 십일조를 모아 보낸 아름다운 헌신의 열매도 있습니다.

우리는 순교자의 피, 문준경 전도사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헌신하는 3000여 성결교회를 기억합니다. 성결가족은 지난 1년간 기도의 어머니, 후원의 어머니, 사랑의 어머니가 되어 주셨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억지로 십자가를 진 사건은 그 가정이 믿음의 명가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번의 헌신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 후로도 지속적인 헌신이 있었습니다. 우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지속적으로 십자가를 지고 주님께 나아가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영광을 주님께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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