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자립할 기회 제공
기증 물품 판매 수익금으로 고용 확대

개인과 기업, 교회에서 기증 받은 물품을 상품화해 저렴하게 판매하며 수익금을 발달장애인 고용에 쓰는 비영리 기관이 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운영하는 굿윌스토어(본부장 한상욱)다.

굿윌스토어는 전국 9개 매장에서 246명에 이르는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 중 대부분은 취직에 큰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이다.

▲ 굿윌스토어 한상욱 본부장이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국 9개 매장서 장애인 246명 고용
굿윌스토어는 장애인들이 일을 하며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자립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1902년 미국 감리교 목사인 에드가 헬름즈 박사에 의해 처음 시작된 굿윌스토어는 지금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영리기관으로 꼽힌다. 전 세계 13개국에서 3300여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은 2011년 밀알송파점에서 굿윌스토어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과, 서울 도봉, 분당, 구리 등지에 매장이 있다. 기자가 방문한 밀알일산점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자동차그룹이 4억5000만원을 후원해 지난 4월 20일 정식 오픈한 밀알복지재단의 9번째 매장이다.

굿윌스토어는 의류와 식품, 가전제품, 도서, 잡화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다. 이곳의 물품들은 모두 기증으로 마련된다. 기업은 판매되지 않은 재고나 이월 상품을 기증하고, 개인은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새 제품이나 중고 제품을 기증하면 굿윌스토어가 상품 가치를 매겨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 보다 저렴하게 내놓는다.

교회에서도 성도들의 기증 상품들을 모아 보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온누리교회와 우리들교회, 삼일교회, 높은뜻정의교회 등이 꾸준히 물품 기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 굿윌스토어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업무와 급여 등 모든 부분에서 비장애인 직원과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고 있다.

취업 가장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일터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매장 내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진열하며 판매하는 일까지 도맡는다. 비장애인 직원들도 있지만, 장애인 직원이라고 해서 근무 환경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이들에게 일방적인 자선과 도움을 제공하는 것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당연히 급여에도 차별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약 261만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취업률은 30% 수준에 불과하고 취업한 장애인들도 월 소득이 비장애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밀알복지재단이 굿윌스토어 사업을 지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이다. 생산성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떨어질 수 있지만, 장애인 직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일에 힘쓰는 것이다.

한상욱 본부장은 “처음에는 사회성이 떨어져 적응을 못하다가도 이내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내는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보면 굿윌스토어 사업에 뛰어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오히려 내가 큰 에너지를 얻을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열심히 번 돈으로 부모님 선물 살래요”
굿윌스토어 밀알일산점의 발달장애인 직원 배정우(22살) 씨는 이곳에서 새내기 직원이다. 병원과 일반 회사에서 근무해오다 굿윌스토어 밀알일산점으로 직장을 옮긴 지 이제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일반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에 대한 기대가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면서 생겼다고 말한다.

“성실하게 일해서 부모님께 칭찬 받는 게 목표예요. 월급을 타면 십일조 헌금도 하고 부모님께 선물도 해드리고 싶어요.”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직원 김서현(22살) 씨도 같은 생각이다. 이곳에서 일하기까지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 등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근무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굿윌스토어 사업을 반기는 또 다른 이는 바로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를 돌보는 것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한다. 때문에 굿윌스토어에 취직한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취업소식에 눈물을 짓기도 한다. 취직한 당사자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녀들이 직장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며 한시름 걱정을 덜었다는 감사인사를 전해오기도 한다. 

▲ 굿윌스토어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물품진열 및 분류, 매장근무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발달장애인 고용 창출, 한국교회 도움 절실
“앞으로 우리나라에 100개의 굿윌스토어를 만들고 싶어요. 이렇게 되면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는 약 3000개가 만들어집니다. 가까운 목표로는 올해 1개의 스토어를 더 만들 예정입니다. 각 지점마다 취업을 기다리는 발달장애인들이 있어서 하루 빨리 목표를 실행하고자 합니다.

한상욱 본부장은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물품 기증과 후원 등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교회가 굿윌스토어를 후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성도 개인의 물품 기증을 홍보하거나 교회 자체에서 캠페인을 펼치는 방법도 있다. 성도들에게 미리 물품을 담을 봉투를 나눠주고 교회 내에 굿윌스토어가 제공하는 부스를 설치해 기증품을 접수하면 된다. 기증품이 3상자 이상이 되면 굿윌스토어가 직접 방문해 수거한다. 다만 고장나거나 훼손된 물품, 수리가 필요하거나 부피가 커서 이동이 어려운 제품은 기증이 불가능하다. 물품 기증 방법은 전화(1670-9125)나 홈페이지(www.miralgoodwil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상욱 본부장은 “하나님이 가장 낮은 자들을 바라보시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교회가 돌아봐 달라”며 “자선이 아닌 기회를 제공하는 굿윌스토어의 사업에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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