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Go) 포인트

안성우 목사
A:임직으로 인해 홍역을 앓았던 교회가 10년 이상 임직을 멈춤,  B:장로 장립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쳤고 임직식 날까지 잡았는데 사무총회 공고 시 ‘의제상정’이 빠져서 불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함, C:이 사람을 세우자니 저 사람이 걸리고 둘 다 세우자니 확신이 없음, D:예배당을 구입하고 이전하기로 특별새벽기도까지 마쳤는데 찬반이 팽팽함.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더십은 항상 도전 받습니다. 구성원은 리더의 판단력을 보고 거리를 조정합니다.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는 것은 영성의 꽃이자 종합예술인데요. 성령께서 때마다 답을 주시면 좋으련만 선택의지를 주셨기에 침묵하실 때가 많습니다.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먼저 특별인도를 받습니다. 정확한 길을 선명하게 계시하십니다. 하지만 일반화하면 이단입니다. 다음은 직관인데요. 몇 번 통하고 나면 독선에 빠지기 십상이에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꼬집은 지적 갑각, 교조적 지식인과 종교인의 정신세계를 감싸는 원리주의의 껍데기가 그것입니다. 자수성가한 리더에게 성공이 지속될 때 자기 의란 갑각으로 해체 불가한 수준의 무장을 하죠. 이성과 경험의 한계 안에 체험적 신앙의 순결(?)을 방어한다고 뒤집어쓴 체험주의자의 도그마는 주님도 곤혹스러워 하셨습니다.

1911년 인류역사상 ‘최초의 남극점 탐험’이라는 명예를 걸고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팀과 영국의 해군 장교 출신 로버트 스콧 팀이 경쟁을 벌였는데요. 아문센은 에스키모인의 생활과 많은 극지 탐험을 연구한 후에 개썰매를 주 이동 수단으로 결정했습니다. 탐험대는 매일 6시간, 32㎞만을 이동했죠. 탐험과정에서 생길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대안도 준비했습니다.

스콧은 이동수단으로 동력을 사용하는 개썰매와 조랑말을 선택했어요. 5일째 되던 날 혹한으로 썰매의 모터가 멈췄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움직이지 못하는 조랑말을 모두 죽였습니다. 1912년 1월 17일 목표지점에 도착했지만 스콧을 기다렸던 것은 5주 전에 두고 간 아문센의 편지와 깃발 그리고 자신과 대원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는 일기장에 “영국인들의 인내와 용기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적었지만 무모한 리더의 객기로 읽힙니다.

우리의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서 절대기준은 성서인데요. 성서 해석이 확증편향자의 눈에는 확증을 보증할 담보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신학적인 소양을 넓혀야 하지만 목회자가 신학자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학 전문가에게 해석을 의뢰하고 경청하며 목회나 사업, 사회생활 선배에게 듣는 겸손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특별, 직관, 전문가를 통해 인도하지만 인격, 양심, 역사, 지혜, 상황, 사람을 통해서도 판단하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거룩한 분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하면 불신앙의 인본주의자로 내몰리기 일쑤인데요. 신비주의와 원리주의자의 판단의 오류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전문가 그룹을 두는 일입니다.

마이클 유심은 「고 포인트」에서 디사이도포비아, 결정공포증을 말합니다. 너무 완전한 지식과 확신을 추구하다가 결국 ‘고 포인트’를 놓치거나, 엉뚱한 결정을 하게 된다는 건데요. 최악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겁니다.

미국 해병대에는 ‘70퍼센트 해법’이란 게 있습니다. 70퍼센트의 정보를 수집하고, 70퍼센트까지 분석, 70퍼센트 정도 확신이 든다면 실행하라는 지침인데요. 고(Go)를 할 것인지? 스톱(Stop)을 할 것인지? 인질구출 작전만큼이나 일상과 목회에서 판단력은 시험대에 오릅니다.

리더는 잘못된 판단에서 많은 걸 배우지만 지불해야 할 대가는 참으로 큽니다. 판단할 때 다음의 과정을 거치면 좋습니다. 내적인 확신(양심 법), 성서에 입학한 세계관, 정보수집과 분석, 전문가(당회), 공감대 형성입니다.

올바른 일을 잘못된 타이밍에 실행하면 저항, 올바른 타이밍에 결정을 미루면 실패, 올바르지도 않은 일을 잘못된 타이밍에 추진하면 재앙, 올바른 일을 올바른 타이밍에 실행하면 승리합니다.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지 않지만 타이밍을 안다는 것은 리더십의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어도 타이밍이 잘못되면 사람의 저항이 거셉니다.

리더의 올바른 판단력으로 일군 성과는 리더십을 더욱 견고하게하며 신뢰를 받고 더 많은 것을 위임 받습니다. 그렇게 우리 함께 갑시다. 고(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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