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전도사 김광섭 장로(홍성교회)
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 본부장으로 활약

▲김광섭 장로(홍성교회 원로)

"녹슬어 못쓰면 뭐해요. 닳고 달아 없어질 때까지 일할 생각이에요.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어떻게 마음 먹느냐가 중요한 거지. 은퇴가 두렵다구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난, 은퇴가 즐거운 사람입니다"

73세 김광섭 장로(홍성교회 원로)는 46년 반평생을 교직에 몸담다가 은퇴한 지 올해로 꼭 10년을 맞이했다. 남들은 이 나이에 여가를 즐기기도 하고, 뭐할지 몰라 마냥 시간을 축내기도 하지만 김 장로는 그럴 여유가 없다. 그는 오늘도 일터로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장기기증 홍보 전도사 김광섭 장로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지역 본부장을 맡고 있다. 월급도 없이 차비정도만 지급되는 봉사직이지만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꿀맛 같은 보람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장기기증운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1월 1일 지인의 권유로 장기기증운동본부 봉사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히 ‘장기기증한 사람들 대단한거 같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그는 대전·충남지역 최고의 장기기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고, 죽을 고비에서 새 삶을 얻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며 받은 감동과 감격이 그를 열혈 장기기증 전도사로 만든 것이다.

“그전에는 몰랐어요. 세상에 이런 좋은 나눔이 있는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생명을 내주고 이런 희생으로 새 생명을 얻는 사람들을 보며 하루하루 삶에 더 감사하게 되고, 끝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46년 교직생활 명예퇴직

김 장로는 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해 교감, 교장을 거쳤고, 보령·홍성군 장학사, 충남교육청 초등교육과장·국장, 충남교육과학연구원장 등 충남지역 초등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명퇴의 바람이 휘몰아치던 IMF 당시 그도 명예퇴직을 하게됐고, 그때부터 은퇴자의 삶을 살게 됐다. 그러나 김 장로는 그대로 쉬겠다는 생각보다 새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사용하는 도구는 녹쓸어 못쓰게 되면 안된다. 닳고 달아 없어질 때까지 사용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생각하며 ‘달아 없어질 때까지’를 좌우명으로 삼고 여생을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은퇴 후의 계획을 세웠다.

은퇴 후 삶의 가치실현

김 장로는 그동안 사는데 치여 미뤄두었던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은퇴한 지금이 최적기라고 생각했다. “그 동안 생존의 차원에서 살았다면 생활과 봉사, 희생의 차원에서 일관성 있는 삶의 가치를 실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교회와 이웃, 사회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고민하다 보니 답이 보이더라구요.” 그는 우선 장로로서 교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은퇴 이후 곧바로 홍성교회 역사책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꼼꼼한 교사의 특성을 살려 김 장로는 홍성교회 57년사를 600페이지 양장본으로 발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지난해 원로장로로 추대받기 전까지 교회 선교위원장을 맡아 2000년부터 해외선교지 단기선교활동도 주도했다. 교회 창립 60주년에는 교회에 특색있는 역사관도 설치했을 정도로 그는 은퇴 초기시절을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데 바쳤다.

동네 작은도서관 만들기도 추진

교회봉사의 목표를 달성한 그는 이어 이웃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는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책모으기 운동을 전개, ‘새미래도서관’을 설립의 기초를 마련했다. 사람들이 버리는 책을 모으면서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맨손으로 시작한 작은 동네 도서관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지금은 5000여권이 넘는 장서를 보관한 어엿한 도서관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도서관을 만들고 나서 시작한 일이 바로 장기기증 홍보맨의 역할이다. 평소에도 장기기증에 대한 뜻을 가지고 있던 김 장로는 대전충남지역본부 이사를 만나게 됐고, 일손이 모자란 본부 사무실의 일을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장기기증 전도사의 길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은퇴 후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이뤄가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는 이유다.

“닳고 달아 없어지는 그날까지 일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은퇴를 겁낼 필요 없어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면 더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겁내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즐겁고 활기찬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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